명철해지는법
- 명철해 지는법 -
법륜 스님의 卽問卽說
어떻게 하면 명철해질 수 있습니까? 그 방법을 알려주세요.
우선 사람에 대해서, 사물에 대해서, 그리고 일에 대해서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재물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은 밥도 먹지 말고 물건도 쓰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그때 필요한 물건은 쓰고, 음식은 육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만 먹을 뿐입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지위나 명예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도 집착이지만 그런 자리를 무조건 안 하려는 것도 집착이에요. 사람들이 필요해서 “당신이 회장 맡으시오”하면 “그러죠, 뭐”하고, “회장 그만 두시오”하면 “예, 그러죠” 이렇게 가벼워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한테 안 돌아오는 자리를 자꾸 잡으려고 하거나, 사람들이 자리를 맡으라는데도 “아이고, 나는 수행하러 왔지 이런 거 하러 온 게 아니다”고 발을 뺍니다. 그런 일상사를 떠나서 무슨 특별한 수행이 있는 줄 압니다. 그럴 때, “제가 하는 게 좋다구요? 예, 해 보죠.” “아, 내가 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요? 딴 사람이 하시죠.” 이렇게 하는 것이 집착을 놓는 것이고 그게 수행입니다.
어떤 보살님이 자기는 곧 이 곳을 떠날 사람인데 자기가 지금 중요한 일을 맡는 것이 옳은지,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상담을 하셨습니다. 이런 것도 집착이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때가 되면 가면 됩니다. 또 하고 있는 중에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어도 되지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시간이 안 되는데도 그 사람한테 자꾸 하라고 하면 안 돼요.
또 그 사람이 하고 싶어 하는데도 내가 맡아서 붙들고 있어도 안 되지요. 둘러보고 자기가 하는 것보다 딴 사람이 하는 게 좋겠다 싶으면 “당신 하시오. 내 밀어줄게”해도 되고, 또 자기보다 조금 못한다 해도 장기적으로 이 사람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하면 감투를 그 사람한테 주고 내가 뒤에서 밀어 주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명예에 대한 집착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맡으면 어떻게든 잘 하려고 하고, 일단 남이 맡았을 때는 협조를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네가 맡았으니 네가 책임져라. 내가 맡은 것도 아닌데 내가 뭐 때문에…….’ 자꾸 이런 생각이 일어납니다. 이건 네 일, 내 일 구분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우리들이 지향하는 목표만 생각하고 그것이 누구의 이름으로 되느냐에 개의치 않으면 가볍게 할 수가 있습니다.
중생의 습 때문에 좋은 일을 할 때에도 자기도 모르게 집착을 하게 되고 경쟁을 하게 돼요. 얼마나 많은 양을 했다는 것이나 ‘내’가 했다는 명예 같은 것을 자꾸 염두에 두게 되지요. 이것이 좋은 일이니까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이것을 잘 포장해서 바깥에 알려서 명예를 얻거나 돈을 버는 데 이용하려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이걸 일부러 숨기기도 합니다. 남이 모르게 하는 무주상 보시는 복 받는다고 해서 알리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다고 남이 모르게 숨긴다고 좋은 일도 아니라는 거예요. 다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다 좋은 일에 동참하도록 알리기는 하되, 세상 사람의 호응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의 판단에 맡겨야 합니다.
모든 것에 대해서 집착을 놓으면 한 발 떨어져서 보는 것과 같기 때문에 길이 보입니다. 이건 책을 많이 봐서 생긴 것도 아니고 아이큐가 좋아서 생기는 것도 아니지요.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이 볼 때 명석해 보이는 것입니다.
부부 관계에서, 또는 세상의 일에도 명석해 보이는 것은 집착을 놓을 때 길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에요. 오늘날 정치도 마찬가지에요. 정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정치의 해결점이 안 보여요. 한 발 물러나 있으면 그게 잘 보이지요. 집착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에 깨어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착이 있을 때는 어리석어집니다. 집착을 떠나면 비교적 밝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