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포교는 어떻게? -
남편이 불법(佛法)에 대해 무지합니다. 남편을 좋은 불자가 되게 하고 싶습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속전속결이에요. 그런데 속전속결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좀 따릅니다. 다른 하나는 천천히 인연을 따라 하는 길이지요. 두 번째 길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릴게요.
남편을 불법에 자발적으로 귀의하게 하려면 오늘부터 내가 남편 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절에 데려오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절은 잊어버리고 ‘남편이 술 많이 마셨으니 속 쓰리겠다’ 싶으면 해장국 끓여드려요. ‘몸이 피곤하다’하면 안마를 해 주세요. 한 10년 계획 잡고 이렇게 천천히 남편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세요.
그런데 10년 계획 잡으라 하니까 너무 멀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한 아도화상은 신라에서 불교를 금했기 때문에 불교를 공개적으로 전할 수가 없어서 변복을 하고, 신라 땅 국경 근처 선산 지역에 와서 머리를 기르고 종의 신분으로 촌장 집에서 머슴을 살았어요. 그 집에서 양떼를 키우면서 10년 동안 종노릇을 했어요. 그래서 그 집 재산을 열 배로 불려줬어요. 그러니 주인이 얼마나 고맙겠어요? 그 당시에는 종을 돈 주고 사야 되는데 어디서 종이 하나 그냥 굴러 들어오더니 자기보다도 더 정성을 기울여 재산을 불린 거니까요.
그렇게 10년이 지난 뒤에 종이 자기 신분을 밝혔어요. “나는 사실은 인도에서 온 승려다. 나라에서 국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불교의 승려다.” 그 주인이 겉으로는 종으로 부려먹기는 했어도 그 사람이 너무나 진실해서 마음속으로는 존경이 갔는데 사실은 스님이라니까 어떻게 했겠어요? 관가에 고발할 수가 없지요. 오히려 더 잘 받들었어요.
그러니까 불교를 가르쳐서 제자로 만든 게 아니고 그 집, 종이 되어 그 집 양들을 키워주면서 감화를 시킨 것이지요. 그리고서 신분을 밝히니 모례 장자가 더욱 감동해 불법에 귀의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이런 사실이 들통 나면 큰일이니까 집 뒤에 굴을 파고 거기다 숨겨 주고는 자기 친척, 가족, 가까운 사람들을 조용조용 데려다가 불법을 듣게 했어요. 그 여동생은 비구니가 되었고 본인은 제자가 되어 마을에 불교를 전하기 시작했어요. 이곳이 신라불교의 초전법륜성지 아도모례원이지요. 이렇게 해서 신라에 불교가 일어난 것입니다.
질문하신 분은 오늘부터 ‘이 집에 내가 종노릇하러 왔다. 내가 아도 화상이다’고 생각하세요. 어떻게 하면 남편이 불법을 깨우치게 할까 했으니까, ‘남편을 교화하기 위해서 내가 이 집에 시집왔다. 앞으로 10년 동안 계획을 잡고 종노릇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10년만 극진히 종노릇을 해 보세요. 그러고서 남편한테 말하세요.
“사실은 내가 보살이었는데, 당신을 불법에 귀의시키려고 내가 당신한테 시집을 왔다. 사실은 나는 스님이다.”
그렇게 10년 동안 정성을 기울여 봐요. 그렇게 하면 남편이 교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남편이 아마 불사의 큰 후원자가 되고 기둥이 될 거예요. 평강 공주가 바보 온달을 뒷바라지했듯이 그렇게 정성을 기울이면 부인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다 믿어주고 지원을 해줄 거예요. 이것이 정도(正道)입니다.
그런데 질문하신 분의 속마음이 사실은 남편을 불법에 귀의시켜 내 종노릇 좀 하게 만들려는 생각은 아닌지요? 남편이 절에 가서 법문 듣고 수행해서 술도 좀 안 마시고, 집에도 좀 일찍 들어오고, 내가 말하면 좀 고분고분 듣는 내 종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교화하려는 것이라면 50년이 흘러도 교화가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남편을 교화하려면 교화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바로 남편에게 숙이십시오. 그것이 교화시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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