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aith/나의 스승님 법륜스님

의지와 자각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반응형
스님께서 명상할 때는 ‘모든 의지를 내려놓고 다만 호흡을 알아차려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도 의지가 아닌지요. 의지와 자각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네, 질문을 들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네요. 의지란 ‘호흡을 알아차려야겠다’ 하면서 뜻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이렇게 의지를 가지고 애를 쓰고 노력하면서 삽니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피곤해지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인생살이가 힘들어지는 거예요.

인생살이의 피곤함에서 벗어나는 방법
그런데 알아차림이란 어떤 의지를 갖지 않고 그냥 다만 인지하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 죽비가 제 앞에 있어요.
이 죽비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보고 있어도 죽비가 있는지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눈은 죽비를 보고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관심만 두면 저절로 죽비가 보여요. 관심을 두면 원래 있던 것을 ‘거기 있구나!’ 하면서 저절로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인지가 된다는 겁니다.

그것처럼 호흡 역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호흡에 관심을 안 두니까 호흡을 하는지 안 하는지 인지를 못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호흡을 하는지 내가 관심을 두면 호흡하는 것이 금방 인지됩니다. 아무런 애를 쓸 필요가 없어요. 평소에는 바닥에 무엇이 떨어져 있는지 지나가도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런 것도 있었네!’ 이렇게 알 때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노력하는 것과 조금 달라요.

먼저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 상태에서 아무 할 일이 없어야 합니다. ‘무엇을 해야겠다’, ‘무엇을 안 해야겠다’ 이런 의지를 다 내려놓은 상태에서 눈을 감습니다. 그런 후 호흡을 하는지 안 하는지 콧구멍 끝을 주시해 봅니다. 금방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 알 수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힘이 안 들어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것을 지속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관심이 콧구멍 끝에만 계속 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데로 자꾸 가버리기 때문입니다. 다른 생각을 자꾸 해서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계속 놓치는 거예요. 그래서 명상을 통해 우리는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하면 일상에서도 어떤 일이 일어날 때 그 자리에서 그 상황을 가장 잘 알 수 있게 돼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여기에 늘 깨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난 그 순간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 ‘아! 그게 그랬구나’ 이렇게 자꾸 후회하죠.

여러분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금 돌아보면서 그때가 참 좋은 시절이었다고 여기지만, 정작 그 당시에는 그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때가 좋은 줄 그때 알았어야 하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때가 좋았는지 압니다. 그것처럼 지금이 좋은 줄 ‘지금'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내가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만이 진실
명상을 통해 깨어 있는 연습을 계속하면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느낌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그 순간에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올바르게 알아차리고 있으면 모든 문제에 큰 어려움 없이 대응할 수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주로 감정에 휩싸여서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말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욕심에 눈이 어두워 또는 화가 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다.’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어리석어지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되고 나중에 후회하게 됩니다. 수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평정심 유지하기.(수행에 장애되는 마음 5가지를 없애야.... 좋다,싫다,들뜨는 마음,가라앉는 마음,회의적인 의심하는 마음)
둘째, 지금 여기 깨어있기.
셋째, 그렇게 잘 안 되기 때문에 꾸준히 연습하기.


이것은 말로 듣고 이해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고 실제로는 안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몸과 마음에서 체험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부처님 말씀이 훌륭하다고 해도 그것이 나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아니에요. 직접 내가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만이 나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줍니다. 여러분은 명상을 하고 나서 ‘졸린다’, ‘다리에 통증이 있다’, ‘집중이 안 된다’ 이렇게 많은 얘기들을 하면서 명상이 잘 안 된다고 질문하는데, 제가 볼 때는 여러분이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상을 제대로 하려면 이렇게 매일 조금씩 하거나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것보다는 일주일이나 열흘 동안 집중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육체적인 통증 같은 것은 이 기간 안에 극복해 버려야 합니다. 육체적인 통증을 먼저 극복하고 나서 이렇게 매일 30분씩 꾸준히 명상을 하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그런 집중적인 기간 없이 이렇게 하루에 조금씩 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명상하는 것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다리 아프다’, ‘집중이 안 된다’ 늘 이러다가 끝나게 됩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망상을 다루는 법

“네, 망상은 여러분처럼 초심자만이 아니라 아무리 오랫동안 명상을 한 사람도 늘 올라와요. 어떤 상념이나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계속됩니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서 생각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때 ‘망상’이라고 합니다. 망상을 하고 있으면 명상이 아닌 사색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상념들이 떠올라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호흡 알아차리는 데에만 집중하면 상념들은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할 뿐입니다.

어떤 생각들이 떠올라도 알아차림에 집중하는 것이 명상이지, 아무런 생각이 안 일어나는 상태가 되는 것은 명상이 아닙니다. 창밖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지만 호흡에 계속 집중하는 것과 같아요